2017년 12월 26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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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힐러들 중 한 명이 과장스럽게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어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누가 들으면 우리가 당신
우리카지노 몫을 강탈이라도 하려는 줄 알겠네요.”
“당신 때문에 다른 24명이 더 고생을 했으니 그 24명을 위해서 뭔가를 해야 한다 그 소리였죠, 왜 우리를 들먹여요?”
“누가 들으면 우리가 깡패인 줄 알겠네.”
보다 못해 공격대장이 중재에 나섰다. 공격대 분위기가 흐려지면 가장 피해 보는 것은 공격대장이다.
“이 분 힐량이 적긴 하지만 그래도 공격대에 큰 도움이 되었고 또 딜러 몫만큼만 받아 가시니까 형평성은 별로 어긋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이쯤에서…….”
“이쯤에서 그만 두라? 아니, 지금 누가 뺏자는 건가요? 나는 개개인이 기여한 몫만큼만 분배받는 게 정당하다는 거죠. 딜 제대로 안 하고 논 사람한테까지 분배하는 경우 봤어요? 그런 걸 말하는 거라고요.”
“솔직히 딜러 한 명 분 몫도 안 했잖아요.”
참다못해서 정효주가 나서려고 했다. 그러나 공격대장이 그녀의 팔목을 붙잡고 고개를 저었다.
“부탱이 나서는 건 별로 안 좋아요.”
“하지만……!”
“힐러들 사이에서 매장되고 싶어요? 힐러들이 얼마나 자기 편 감싸기가 심한지 모르시진 않잖아요?”
공격대장 말이 맞았다. 힐러들은 기본적으로 편 가르기가 대단히 심하다. 아무리 자기들이 보기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힐러라 해도, 딜러나 탱커에게 손가락질 받는 것은 참지 못한다. 그들 말대로라면 ‘힐러를 핍박할 수 있는 건 힐러뿐이다. 다른 천한 것들이 건드리는 것은 못 본다.’쯤 되겠다.
만약 정효주가 나선다면, 그리고 이 일이 알려지면, 일단 힐러들 사이에서 저 힐러들도 욕은 먹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근데 그 부탱은 지가 뭔데 힐러한테 따져?’라는 말이 나오게 된다. 그럼 정효주의 레이드 인생은 끝장나는 것이다.

2017년 8월 22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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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발이 빠르잖아. 섬세하게 움직일 수도 있고. 나 같으면 거기서 패스 안 해.’
‘하지만, 공간도 비어 있었고······. 괜히 돌파 시도 하다가 빼앗기느니 동료를 믿는 것이······. 그게 축구잖아요?’
‘뭐? 그게 축구? 동료 따윈 믿지 마. 축구에서 믿어야 할 건 오직 자기 자신뿐이야.’
‘그, 그래요? ······그렇단 말이죠?! 좋아요. 다음부터는 꼭 선배님 말대로 해볼게요!’
명단은 예상과 다른 모양새였다.
김유안이 명단 안에 있는 것은 예상대로라면 예상대로였으나, 그의 포지션이 달랐다.
SS, 세컨드 스트라이커.
4-2-3-1 원톱 작전을 예상한 사람들은 모두 당황했을 것이다. 오늘 햄리츠가 들고 나온 작전은 3-5-2.
중앙을 극도로 강화하며, 유안이 중앙으로 살짝 쳐져 윤활유를 쳐주는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타겟맨, 최전방 공격수로는 TJ가 나섰다.
이는 상당히 놀라운 일이었다.
현재 김유안은 단 한 경기, 그것도 대회에 나와 2골 1어시스트라는 절호의 감각을 살리고 있었다. 반면에 TJ는 2경기에 나와 골은 없이 어시스트만 하나.
타겟맨으로서 누가 적합할지는 초등학생이라도 알 법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TJ는 공공연히 보이콧을 선언하지 않았던가?
그가 김유안과 함께 경기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TJ 데이먼 선수와 함께 김유안 선수의 투톱 작전이라, 어떻게 보십니까?
-팀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는 수밖에요. 데이먼 선수는 최근 부진하긴 했지만 분명 좋은 공격수입니다. 고립되는 성향이 두드러지긴 해도, 컨디션이 좋을 땐 수비진을 완전히 흔들 수 있는 선수이기도 하고요.
-그렇군요. 확실히 작년 데이먼 선수는 어려운 가운데 분전하여 시즌 19골이나 넣었지요.
-그렇습니다. 게다가 김유안 선수는 원톱으로서 탁월한 능력을 이미 증명하긴 했지만, 다른 포지션과 전술에 대해서도 실험해볼 가치가 충분합니다. 이와 같은 사소한 포지션 변경은 꽤나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니까요.
-그렇군요. 확실히 이런 선택을 하는 것으로 중원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딱 하나 우려되는 것이 있다면요, 김유안 선수에게 많은 하중이 들어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평범한 스트라이커보다 수비 가담도 적극적으로 하고, 공간 활용도 굉장히 넓게 해야 하는 포지션인 만큼 체력 부담이 엄청날 거예요.
-이런, 김유안 선수의 유일한 단점으로 꼽히는 게 체력 아니었습니까?
-그렇죠. 그 부분이 우려되네요. 이번 경기 후 4일 휴식을 갖고 곧바로 리그컵 대회도 뛰어야 하니까요.
-그렇죠, 게다가 그 상대는 무려 프리미어리그의 에버튼! 대진운이 좋지 않았어요.
-그러니까요. 이 단계에서 프리미어리그 구단과 만날 줄 누가 알았을까요? 게다가 작년 에버튼은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고, 전력도 잘 지켰다는 평가입니다. 즉, 햄리츠 입장에선 카드를 아낄 필요가 있다는 거죠.
-그를 위한 실험일지도 모르겠군요.
-그렇습니다. 리그 3연패를 당하는 한이 있어도 결단을 내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 햄리츠의 놀라운 실험이 어떤 결과를 맞게 될지, 밀 월과의 리그 3차전 경기. 이제 시작합니다.
유안과 나란히 감독실로 불린 TJ는 흘끔 흘끔 유안을 훔쳐보았다.
‘어떻게 봐도 그냥 평범한 꼬맹이인데 말이야.’
물론 유안이 어떤 경기를 하는지는 이미 벤치에서 지켜보았고, 그것은 센세이션이라 해도 좋을 만큼 엄청난 충격을 안겨다주었다.
단순히 골을 많이 넣고, 어시스트를 올려서 그런 것이 아니다.
유안은 팀 게임이라던 축구를 개인의 영역으로 격하시켰다. 그리고는 마음대로 판 자체를 주물렀다.
축구를 잘 하는 선수는 꽤나 있을지 몰라도, 스포츠의 영역 자체를 바꿔버리는 선수는 얼마나 있을까?
상식을 뒤집기 위해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제 아무리 천재라도 상식을 넘어서는 일은 좀처럼 없다.
축구는 11명이서 팀을 이뤄 하는 스포츠라는 상식.
아무리 빠르다 한들 패스보다 빠를 순 없다는 상식.
아무리 날카롭다 한들 밀집되어 잠긴 공간을 단독 돌파할 순 없다는 상식.
TJ야말로 그 모든 상식을 뛰어넘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만한 경지는 꿈에서조차 쉬이 꿈꿀 수 없었다. 아니, 가능은 한지조차 의문이었다.
김유안이라는 존재를 보기 전까지 말이다.
그러니 인정할 수밖에 없다.
유안은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스트라이커이자, 축구 선수라는 것을. 그리고 그가 받는 엄청난 주급도, 사실 실력에 비하면 한참 적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러나 인정한다고 해서 마음까지 감복한 것은 아니다.
‘아버지가 말씀하셨어. 누구에게도 마음으로부터 지지 말라고! 세상에서 단 한 명, 유안 카를로스를 제외하면 두려워할 사람은 없다고!’
유안 카를로스.
아버지의 우상. 그리고 아버지의 자랑.
아버지는 공공연히 유안 카를로스의 제자라고 스스로를 칭했다.
비록 세 시즌에 지나지 않으나, 함께 동료로서 경기를 뛰었던 선수인데 제자를 자청하다니.
일반적으론 손가락질 받아도 할 수 없는 일이었으나, 아버지는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자랑스러워했다.
술만 마셨다 하면, 매번 유안 카를로스를 기억하라며 녹화된 경기를 함께 보곤 했고,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유안의 가르침이라며 그를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그 가르침은 정말 천재가 아니고서는 소화해낼 수 없는 가르침이었다.
‘이 녀석에겐 질 수 없어. 나는 유안 카를로스의 제자의 제자니까! 이런 근본도 없는 놈에겐 절대로 질 수 없어! 스승님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도!’
유안이 들었다면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난 너희 부자 같은 제자 둔적 없다’고 말할 순간이었으나, 애석하게도 진실은 저 너머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감독님. 무슨 일입니까?”
각오를 다진 TJ가 벅을 향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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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벅이 보기엔 모두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유안은 생각보다 미식가였다. 그런 사람에게 피시 앤 칩스나 먹으러 가자니, 그와 같은 토박이 영국인이 아니고서는 고문이었다.
둘째로, 유안은 당시 어긋난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벅 입장에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이었으나, 유안과 같은 특별한 존재는 외양뿐만 아니라 내면도 보는가보다- 생각할 수밖에.
아무튼 첫사랑을 잊지 못해 다른 여자에게는 조금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니, 이 얼마나 순애보적인 인물인가?
셋째로, 유안은 유소년 시절부터 비결 좀 가르쳐 달라며 선수들에게 시달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실제로 몇몇 아이들에겐 손수 가르쳐 준 일이 있었으나, 그들은 금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역시 천재’라느니, ‘천재로 다시 태어나는 게 빠르겠다’라느니, 유안의 노력을 폄하하곤 했다.
벅이 기억하는 유안은 천재였으나, 거저 얻은 천재는 결코 아니었다.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서 연습을 했고, 누구보다 마지막까지 숙소에 들어가지 않았다.
남들이 연애다, 술이다- 학생다운 일탈을 즐기는 동안 유안은 오직 축구, 계속해서 축구뿐이었다.
그런 노력을 기울인 사람에게 ‘너는 천재라서’는 얼마나 듣기 싫은 말이었을까?
유안은 당연한 고독을 받아들였고, 그 모습은 고귀한 성자와도 같았으나 너무나 외로워보였다.
그러니 벅으로서는 받아주든 받아주지 않든 계속해서 따라붙으며 챙겨줄 수밖에.
단 한 번도 입 밖에 내진 않았으나, 그에게 유안은 말을 지지리도 듣지 않는 동생 같은 느낌이었다.
그가 어른이 되기 전에, 사고로 죽고 말았던 동생.
‘천재는 고독한 법. 누구도 그를 이해해줄 수 없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야. TJ는 자신이 천재라고 생각했지. ······아니, 일반적으로 볼 땐 천재가 맞을 거야.’
수천, 수만. 아니, 수십만의 축구 꿈나무들이 너도 나도 희망하는 꿈의 리그에서 러브콜이 오는 선수다. TJ 역시 대단한 천재라는 것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얄궂게도 세상에는 천재보다 더욱 뛰어난 천재가 있다. 그 격차는 범재와 천재 사이보다 더욱 크다. 그 절망을 맛본 적 없는 TJ로서는 너무나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러니 유안을 내심 거부하고 싶은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가 여태까지 지켜왔던 자존심의 탑이 일순 무너질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무너져야 할 것은 빨리 무너져야 한다.
다른 사람보다 내가 낫다는 생각에서 오는 자부심따윈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 자부심보다, 다른 사람과는 조금도 관련없이 스스로에게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자부심이야말로 어떤 일이 있어도 무너지지 않는다.
벅은 TJ가 그런 선수가 되어주길 원했다.
‘그 녀석은 데이먼의 자식이야. 데이먼 또한 절대 넘어설 수 없는 천재에게 좌절했었지. 그러나 결국 이겨낼 수 있었어. 그리고 누구보다도 열렬히 카를로스를 추종하는 팬이 되었지.’
벅의 얼굴에 잔잔히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에게도 자식이 있다. 그러니 부전자전, 유전자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뼈저리게 잘 알고 있다.
‘······어쩔 수 없어. 눈앞의 승리보다도 더 중요한 것도 있는 법이야. 그건 유안도 알아야만 해. 그가 카를로스처럼 외롭고 고독한 천재가 되지 않기 위해!’
벅은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TJ와 유안을 불렀다.
-아무래도 햄리츠 입장에선 리그 3연패는 절대 받아들이고 싶지 않겠지요. 그러니 이번엔 무조건 김유안 선수의 선발 출장이라고 봅니다.
-그렇겠지요. 밀 월에서도 김유안 선수를 대비하여 원톱 봉쇄 작전에 대해 구상 중이라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확실히 김유안 선수와 같은 스트라이커가 있는 팀이라면 원톱 작전의 위력이 엄청나죠?
-그렇습니다. 지난 리그컵 반슬리 FC전에서 보여줬듯이, 수비들이 최대한 공간을 잠그고 상대의 실수를 캐치하여 역습해 들어가거나, 중원을 강화하여 개인기 돌파를 시도하는 등 다양한 전술이 가능하잖습니까.
-햄리츠에서 가장 불안한 것은 수비라고 하는데, 그 수비를 보충하면서 공격력도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이야, 저만 전설의 서막을 보는 것 같은 겁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안 카를로스 이후, 이렇게 심장을 떨리게 만드는 선수가 있었나 모르겠습니다.
-오, 그렇군요. 저는 카를로스 세대가 아니니까요. 은퇴 직전 경기는 기억이 가물가물 나긴 하는데······.
-정말 대단한 선수였지요.
-경기는 저녁 8시부터 시작입니다. 만석이 될 리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가깝게 보기 위해선 지금 빠르게 경기장을 찾으셔야겠는데요.
-그래도 김유안 선수의 출전 기대감 때문에 평소보다 높은 예매율을 기록했다고 하더군요.
-아, 그렇습니까?
-예. 저도 정확하게 들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19,000석은 팔렸다고 하더군요.
-이야, 엄청나네요. 햄리츠 주가도 연일 상한가 중이던데요. 리그 2연패인데도 말이죠! 아, 오늘 선발 출장 선수들 명단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음, ······어디 보자.
-음?
-어라? 이건······. 무슨 의미일까요?
5장 -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2)
‘좀 더 자신의 드리블을 믿어보는 게?’
‘예?’